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오프라인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동호인이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마라톤이 빠질 수 없습니다. 가슴을 활짝 열고 깊게 호흡하며 탁 트인 도로를 달립니다. 최근에는 20~30대가 많이 참여해 마라톤 대회 풍경이 더욱 활기찹니다. 

하지만 마라톤 대회의 또 다른 풍경은 코스를 따라 버려진 각종 일회용품 쓰레기입니다. 3만 명 정도 참가하는 마라톤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컵 폐기물만 해도 최소 15만, 최대 25만 개에 달합니다. 여기에 비닐 주머니, 일회용 우비, 현수막 등을 더하면 하루 행사를 위해 너무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경제·사회적인 피해가 컸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환경 인식을 높여주었습니다. 사단법인 지구닦는사람들은 ‘일회용품 쓰레기 없는 마라톤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적기라 판단해 초록열매 2기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지속가능한 마라톤, ‘무해 런(run)’ 

국내 최대 플로깅(쓰레기를 주우며 조깅하는 활동) 커뮤니티 ‘와이퍼스(wiper+earth)’을 기반으로 한 지구닦는사람들은 지속가능한 마라톤, ‘무해 런(run)’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목표로 4단계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1단계로 러닝과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크루를 조성하고, 마라톤 행사 쓰레기 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대안을 모색합니다.

2단계는 마라톤 행사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합니다. 대회 현장에서 거리별 급수 존 운영, 텀블러 대여, 현수막 수거 및 업사이클링(해변 쓰레기 수거용 마대 제작) 활동을 펼칩니다. 

3단계로 마라톤을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마라톤이 취소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마라톤 행사로 인한 쓰레기 문제를 전파합니다. 지속가능한 마라톤 문화에 공감하는 대회 참가자들의 서명을 받습니다. 

4단계로 활동 내용과 서명 등을 정리한 <친환경 마라톤 행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육상연맹, 지자체, 대회주최 측에 전달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 과정을 반복할 계획입니다. 

적당한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일

대한민국에서 진행되는 모든 마라톤 행사가 친환경적으로 진행된다면, 최소 100만 개의 일회용 컵, 10만 개 이상의 각종 비닐백과 우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현수막 역시 해양쓰레기 마대자루로 재활용합니다. 궁극적으로 다른 행사와 시민들의 일상생활까지 친환경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구닦는사람들 회원 중 한 분은 텀블러를 들고 올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서 주변에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감동을 받은 분들이 모여 30명 정도의 “무해런” 크루를 만들었고, 이 중 스무 명은 11월에 열리는 JTBC 마라톤을 직접 뛰어보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라톤 행사를 참여하며, 꼭 바뀌어야 하는 부분을 냉정하게 볼 기회를 얻으려 합니다. 물론 동시에 러너로서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통도 함께 느끼려고 합니다.

일회용이 주는 편리함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부분부터 하나씩 진지하게 대안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당한 불편을 주최측과 참가자가 모두 기꺼이 감수하는 일. 그게 바로 ‘지속가능한 마라톤’의 시작입니다. 

글. 사진 | 숲과나눔, 지구닦는사람들
정리 | 벼리커뮤니케이션